2022년 작성글.
마!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를 그렇게 수도 없이 외치다가 정말 남천동에 갔을 때 기분은.. 생각보다 별거 없다! 나의 세 번의 부산 유랑기는 생각보다 별 거 없지만 또 생각보다 알찼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함께 한 부산은 따뜻하고 바빴다.
1. 21살 내일로 여행
대학교 신입생의 티를 조금 벗고 2학년이 되어 고개 꽤나 까딱거리던 2011년, 학교 선배들과 만나 일주일간 내일로 여행을 떠났다. 학교 선배들이긴 하나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고 다들 낯을 엄청 가려 처음 삼일간은 서로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도 이 여행이 가능했던 건 순전히 21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배짱 덕분이었다. 서울에서 출발해 전국을 돌다 거의 마지막 일정 쯤에야 부산에 도착했다. 그 당시에는 낯가림도 풀리고 어느정도 친해질 무렵이라 다른 여행지보다 훨씬 들떴던 기억이 난다. 부산에 있던 이틀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비 때문에 일정을 미룰 수 없어 우비 하나씩 사 입고 오륙도를 출발하여 이기대를 거쳐 광안대교까지 두 시간이 넘는 바닷길을 걸었다. 사람이 살면서 우산 없이 비를 몽땅 맞을 일은 생각보다 없다. 비가 와서 꿉꿉했고 얼굴이고 몸이고 그지꼴이었지만 그렇게 신났던 두시간의 산책은 또 없었다. 비맞은 똥개마냥 처마밑에 서있다 산길을 뛰다가 또 흙탕물에서 물장구를 치며 원없이 걸었다! 둘쨋날에는 당시 가장 유명했던 이승기가 먹었던 씨앗호떡을 먹고, 비빔당면, 유부주머니를 먹었다. 맛은 없었다! 그러나 신났다. 21살이어서 그랬다.
2. 30살 혼자 여행
여름도 봄도 아닌 날씨의 5월에 혼자 부산으로 떠났다. 날씨처럼 나도 이도저도 아닌 상태였다. 매일이 다르게 마음이 요동치고 서른치레를 하는지 몸 상태도 요동치고 통장잔고도 요동치는.. 그래도 여행하면서 기분이나 내자 싶어 좋아하는 소품샵만 하루에 열군데를 넘게 돌았다. 이쯤 되면 내가 어딜 다녔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이 무렵 상태가 딱 그랬다. 뭐든 시작이 어렵고 한번 발동이 걸리면 제어가 안됐다. 한 삼일간은 바다에도 혼자 앉아 있어보고 나에게 편지도 쓰는.. 청승도 떨어보고 혼자 있다가, 아 역시 안되겠다 싶어 친구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도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니 그럴거면 왜 혼자 갔느냐 욕을 먹었다. 내가 어찌 알리오. 처음 아주 거창하게 시작했던 부산투어는 결국 외로운 신짱의 친구들 부산으로 소환하기가 되었다. 그래도 그 날밤 이자카야에서 먹었던 스지는 참 맛있더란다.
3. 엄마와 크리스마스 부산에서 보내기
호텔 숙박권이 있다는 엄마의 제안에 냉큼 부산 여행을 기획했다. 사실 그때 나는 곡성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부산에 가는 게 편했지만 절대 혼자 비행기를 못탄다는 귀엽고 손 많이 가는 엄마 때문에 서울로 갔다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는 방법밖에 없었다. 엄마와 (하필) 제일 춥고 사람많던 크리스마스 부산 여행은.. 추웠다! 너무 추웠다. 바닷가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엄마를 만족 시켜줘야한다는 부담감이 그랬을까.. 이 날의 여행으로 느낀 결론은 엄마랑 여행은 안 덥고 안 추울 때 오자! 정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