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잠들지 않는 도시, 런던
어젯밤 승리가 구운 초코피자라 우기는 다 탄 피자와 소주를 마셨다.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술인데, 외국 소주는 맛이 다른지 알콜 맛이 약했다. 그래도 막판에는 먹기 싫어져서 승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승리 유리컵에 남은 걸 따라놨는데… 이제야 고해성사🙏 아무튼 술 먹다가, 초코(라 우기는) 피자를 먹다가, 노팅힐 영화를 보다가, 기주와 승리 셋이 루미큐브를 하다가… 잔잔하니 즐거운 맨체스터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새벽 한 시가 넘어 방에 올라가니 은정언니가 불을 다 켜고 자고 있었다. 일기를 쓰고 잘까 하다 나도 고단해 그냥 잤다. 맨체스터에서의 3박 4일. 잔잔했지만 부단히 바쁜 일정으로 가득 차있었다. 우리가 공연을 했기 때문일까? 공연한 지 하루밖에 안 지났지만 굉장히 먼 일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침에 마지막 산책을 가려던 계획은 역시 못 지켰고, 일찍이 일어나 짐싸느라 바빴다. 혹시 두고 간 건 없는지, 별로 산 것도 없는데 캐리어는 왜 안 닫히는지. 결국 주방에 있던 장바구니를 털어다가 안 들어가는 짐을 넣었다. 그래도 에든버러에서는 두 봉지나 손에 들어왔는데 물건 몇 개를 버렸더니 약간 짐정리가 된 모양이다.

3층 숙소인지라 1층까지 캐리어 내리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에든버러에서부터 들고 온 먹거리를 버릴까 말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일단 가져가자!로 합의를 봤다. 비싸게 사온 소주를 버리가 참 아까웠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나눠서 우버를 부르고 짐을 체크했다. 그래도 몇 번 이동했다고 다들 익숙해진 느낌이다. 내 캐리어뿐 아니라 남의 캐리어도 이제는 다 외운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터미널로 향했다. 처음 런던에서 에든버러로 갔을 때처럼 역순으로 다시 런던으로 향하는 중이다.

메가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 런던으로 이동한다. 맨체스터로 올 때 탔던 버스보다는 작은 버스라서 한 층이었고 내 자리 바로 앞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자리에 충전포트도 없어서 이거 완전 잘못 앉았네 싶었다. 중간에 몇 명이 화장실에 들락거리며 문을 열어두는 바람에 변기통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최악의 자리였다. 근데 씸언니가 외국인들에게 단호하게 문 닫으라고 말해줘서 그나마 잘 갔다.
“문! 쾅!” 언니는 가끔 거침없이 한국말을 하는데, 그게 재밌기도 하고 뭔가 자신감 있어 보여서 좋았다. 그래, 이 양인들도 한국말 못 하기는 마찬가지다.

언니가 준 간식을 먹으며 중간중간 밀린 여행기를 썼다. 자꾸 밀리면 숙제가 되는데 늦은 밤까지 일정이 꽉 차있어 매일 쓰기가 여간 쉽지 않다. 잠시 휴게소에 정차해 내리는데, 이게 휴게실 뷰라니! 날씨가 너어무 좋고 이 좋은 날씨에도 아주 잠깐씩 비가 내리는 게 신기했다. 우리는 이제 이런 비에는 뛰지도 않지만.


30분 정도 시간이 있어 KFC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샐러드, 햄버거,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휴게소 음식 퀄이 이 정도면 이거 한국에 오면 소떡소떡 뺨치겠군. 아라에게 2파운드 빌려서 산 콘샐러드도 맛있었다. 20분까지 버스에 타야 해서 막판에는 거의 들이붓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폰 충전기 때문에 은정언니랑 자리를 바꿨는데, 뒷자리 꼬마..^^ 소리 지르고 싶으면 지르고, 웃고 싶으면 웃고, 노래도 부르고… 정말 자유로운 꼬맹이가 딱 걸렸다. 꼬마 덕분에 눈이 마주친 우리는 못 알아들을 한국말로 진짜 부럽다며 웃었다. 나도 지루하면 내리고 싶다고 소리 지르고 싶다‼️

마침내 우리 여행의 마지막 도시, 런던 도착! 런던 터미널은 정말 정말 작았다. 체감상 안동이나 남원 터미널만 한 것 같다. 런던은 대도시인데 터미널 크기가 왜 이러지. 터미널이 많나?

그래도 풍경이 다르다! 여기는 정말 도시다. 사람 많고 매연 많고 건물들이 다닥다닥 모여있었다. 맨체스터도 완전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여기가 찐이다. 나는 도시를 좋아한다. 오히려 시골보다 더 사람 냄새가 난다. 담배 연기만 빼면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역시 우버를 나눠서 부르고 한참을 기다렸다. 여기저기 우버를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는 길에서 직접 택시를 잡는 것보다 콜택시를 부르는 게 일상인 듯했다.
정말 한참을 기다려서 우리 팀 우버에 올랐다. 이번 기사님도 소말리아 출신이었는데, 어제에 이어 두 번째, 내 생에 처음 소말리아 사람을 만났다. 혹시 내가 가졌을 그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선입견을 유쾌한 기사님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런던 시내를 달리며, 기사님은 런던이 잠들지 않는 도시라 했다. 어디서든 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먹고 놀고 즐기는데 24시간 문이 열려있다는 도시. 나 그런 도시 좋아!!!

숙소 도착. 이번에 묵을 최종 숙소는 학생들이 수련회로 올법한 호스텔이었다. 욕실과 화장실 모두 공용이고 엘리베이터도 없고 식당도 우리만 사용할 순 없다. 에든버러는 정말 천국이었구나.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숙소도 나쁘지 않다. 부디 공용으로 쓸 화장실이 깨끗하기만을 빌었다. 여기서야 말로 베드버그를 만나겠군 싶기도 했다.

엘베 없는 고층 방 너무해… 맨체스터 숙소는 힘든 축에도 못 끼겠군. 더군다나 여기는 현관마다, 방마다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야 하는데 카드키도 방마다 2장밖에 주지 않아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여자방은 2층침대로 가득한 두 객실. 화장실은 다행히 깨끗했지만 욕실이 난리였다. 1인 샤워실이었지만 남녀 구분이 없었고 누군가 쓰고 나온 머리카락, 세정제 찌꺼기가 가득이었다. 오 마이갓… 앞으로가 험난하겠군. 런던의 이미지가 이런 걸로 가려지는 건 원치 않는다.

방은 코골이파와 비코골이파로 나누었다. 우리 방은 코 고는 사람이 없어 자는데 너무나 편안했고 옆방은 코는 골지라도 뭐가 즐거운지 연신 시끌시끌했다. 나 빼고 노는 건 또 참을 수 없지. 맨날 옆 방을 염탐하듯 놀러 가 뭐가 그렇게 즐거운 지 질투를 잔뜩 해줬다.
방마다 몇 명씩 사람이 들어찬 숙소라 그런지 콘센트 전력이 엄청 딸렸다. 은총이가 직원을 불러왔는데 해결은 해줬지만 그래도 드라이기를 사용하는데 영 시원치 않았다. 나중 일이지만 밤에 플러그를 꽂다가 정전도 당했다. 그때 진짜 손가락 잘리는 줄 알았네.


아침에 넘어올 때 세안만 대충 하고 와서 먼저 샤워를 했는데… 하 샤워실이 정말 불편했다. 일단 옷을 거는 데가 문 앞에 달린 고리 몇 개라 떨어질까 봐 불안했고, 샤워커튼 앞은 물바다라 내 천 슬리퍼는 구정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4시쯤 되는 오후였지만 하수구에 머리카락이 치워지지 않아 물도 잘 내려가지 않았다. 앞으로 씻지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어찌어찌 씻고 준비를 마치고 일단 저녁을 먹으러 함께 나왔다. 여긴 왜 엘베가 없을까? 앞으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일이 약간 막막해졌다.

그래도 좋아. 왠지 좋아 런던. 이런 높은 건물은 왠지 포근함을 준다. 배도 고프고 한식도 너무나 고팠던 우리는 숙소 5분 거리에 한식집으로 바로 돌진했다. 평점도 괜찮고 가격도 위치도 딱 좋은 집이었다.


메뉴판에 GIM이 보이시나요? 김을 판다! 무려 사천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내가 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우리 식구들만 알겠지만 나는 김을 저엉말 좋아한다. 다들 이 가격에 김을 시키나 하는 표정이길래 제발 시켜달라고 빌어 얻어내고 오랜만에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불고기 등등 한식스러운 한식을 시켰다. 사장님이 분명 한국사람이었는데 한마디도 한국어를 안 하고 약간 퉁명스러웠지만, 뭐 사정이 있겠거니 했다. 한국을 아예 등진 사람이면 이런 한식집도 할리 없으니까.


종이마저 씹어먹을 정도로 완그릇. 진짜 맛있었다. 전에 먹은 햄버거의 느끼함을 빼더라도 객관적으로 맛있는 집이었다. 특히 김치찌개가 미쳤음. 흉내만 낸 게 아니라 진짜 한국에서 먹던 맛이다. 약간 달긴 했는데 그것마저 좋았다.
근데 여기나 저기나 식당에서 먹는데도 다 일회용을 쓸까? 지구는 서양인들이 다 망치고 있다 하여튼.

전투적인 한식 식사를 끝내고 눈앞에 보이는 기념품샵에
바로 들어갔다. 이때까지 마그넷 3개 10파운드만 봤는데 여기는 4개 10파운드다. 어째 갈수록 더 싸지는 느낌.


무어 4명, 은총, 아라까지 이렇게 밖으로 나온 이유는 바로 야경투어를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부터 신청해 둔 투어였는데, 나는 이런 시티투어를 엄청 좋아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건 아니라 저렴하진 않았지만 짧은 시간 알짜배기만 보는 데는 시어투어가 딱이다. 명옥쌤, 정은쌤, 승리는 커피 한잔하고 바로 공연을 보러 떠났다.
우리 일정은 오후 6시 50분까지 집결이라, 근처에 세인트 폴 성당만 살짝 구경해 주고, 집결지인 카페 앞으로 향했다. 우리는 6명이라 대인원이었고, 쭈뼛거리며 모여든 다른 참가자들은 대부분 혼자라 상대적으로 우리가 정말 말이 많아 보였다. (객관적으로도) 혼자온 여성분이 있었는데 뭔가 낯을 가리면서도 우리랑 곧잘 어울려서, 오지랖 넓게 말도 걸고 사진도 찍어주고 짐도 들어주곤 했다.

1파운드씩 수신기를 빌리고 드디어 한국에서부터 챙겨 온 이어폰을 써먹었다. 이번 투어는 런던 시내 명소 곳곳을 걷는 워킹 투어였는데, 런던은 따뜻하다고 해서 반팔을 입고 나왔더니 얼어 죽는 줄 알았다.

명소에 도착하면 설명과 함께 이렇게 한 명 한 명씩 사진을 찍어준다. 우린 인원도 많고 요구도 많고 시끄러웠는데도 굉장히 정성스럽게 많이 찍어주셔서 좋았다. 물론 이번에도 아라의 폰이 희생됐다. 사진 언제 다 보내줄까 아라야 미리 고맙다.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넌다. 아래로는 템즈강이 흐르고 어딜 보나 높은 빌딩숲이다. 한강 느낌이 나기도 했는데, 분명 다르다. 여기는 건물은 높아도 예스러움이 가득이다. 오래전 왕가와 귀족들이 묵던 성, 여러 건물들이 흘러간 세월에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었다. 우리는 뭔가 낡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처럼 건물도 금방금발 밀어버리는데, 런던은 과거와 현재를 촌스럽지 않게 잘 섞어둔 도시였다.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떤 예술가가 다리 위에 껌딱지마다 작품을 남겨놨다. 아기자기한 것이 참 귀여웠다. 영국은 어딜 가나 예술이고 작품이고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건너 템즈강변을 걷다 보니 연식이 제법 있어 보이는 극장이 나왔다. 런던에 오기 전부터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글로브 극장’ 바로 셰익스피어의 극장이다.

생각보다 작았지만, 생각보다 쌩쌩한 건물. 셰익스피어가 세운 건 아니고 인수해서 운영한 적이 있다고. 그만큼 그의 작품이 단골로 올라가던 무대다. 내게 셰익스피어는 돈키호테만큼이나 현실감 없는 인물인데, 실제로 그의 흔적이 묻어 있는 곳에 오니 책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극장 내부 구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근처에 있는 펍 (셰익스피어가 자주 갔다던)에서 다 같이 맥주 한잔을 하기로 했다.

내부는 시끄럽고 소란스럽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테이블이 높아 나 같은 단신에게는 그닥 안락함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요상하게 매력적인 펍이었다. 일단 직원들이 정말 친절했고 무질서함 속에 나름의 질서가 있었다. 안주로 시켜 9명이 한 입씩 나눠먹은 피쉬앤칩스도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싱거웠음) 이번 투어에 함께 하는 여성분 한 명, 신혼부부와 함께 자리했는데 돌아가며 자기소개도 하고 여행온 스토리도 듣게 되었다. 나는 이런, 약간은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자리가 참 좋다. 갑자기 여행온 느낌이 확 나면서 호구조사가 재밌기도 하면서.



가이드님이 기네스맥주가 맛있다 하여 다 같이 하프로 한잔씩 시켜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무엇보다 적은 양을 시킬 수 있어 맥주 특유의 배부름도 없고 딱 한잔 먹고 일어나기 딱이었다. 적당마땅히 즐기고 다시 워킹투어에 나섰다. 수신기 너머로 듣는 도시의 이야기가 즐거웠고 수신기를 안 빌려 가이드님을 연행하듯 딱 붙어 걷는 아라, 은총이가 귀여웠다.


여기는 고문 박물관입구. 해골모형이 걸려있다. 실제로 죄인들을 고문하던 장소란다. 저렇게 가둬두고 새나 벌레에게 쪼아 먹혀 죽게 했다고… 돈 있는 귀족들은 단번에 처형당하는 것이 나름의 혜택이었단다. 옛날 사람들은 참 잔인했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본성을 이겨낸 걸까 아님 다른 방법으로 잔인함을 풀고 있으려나

어떤 항해사가 약탈로 1000억이 넘는 돈을 모아 와 귀족 작위도 받고 그와 배 모두 전설적인 상징으로 전시 됐다고 하는데(저건 모형) 우린 내일 대영박물관도 갈 거지만, 얘네는 약탈에 아주 뻔뻔하다. 정정당당하게 살아라 이놈들아!

불 꺼진 시장구경. 뭔가 크리스마스에 오면 정말 예쁠 것 같다. 템즈강에 멈춰 런던탑 설명을 듣고 타워브릿지도 구경했다. 런던탑이 감옥으로 쓰일 무렵, 입구에 잘린 목을 걸어두었다는데, 앞에 강도 있겠다 한 맺힌 물귀신들이 참 많겠다 싶다. 하지만… 아름답죠?

두 시간 반 워킹투어를 마무리하며 가이드님이 챙겨 온 카메라로 마지막 사진을 찍어주셨다. 다른 참가자들과 정이 들랑말랑한 무렵이라 아쉬워서, 투어가 끝나고도 다들 자리를 뜨지 못하고 시시콜콜한 잡담을 주고받으며 한참을 서있었다. 날도 춥고 9시가 넘은 시간이라 아쉽지만 작별을 고했다. 부디 저마다 좋은 기억만 가득한 여행되시길!


숙소로 들어가기 아쉬웠던 우리는 강변에 앉아 맥주 한잔씩 더하기로 결정. 나는 스프리츠를 꼭 한잔 먹고 싶었는데, 가는데 마다 메뉴에는 있지만 어떤 연유로 팔지 않아 결국 한잔도 못 마셨다. 이때 나는 블러드오렌지 어쩌고 하는 음료를 시켰는데 그래도 알콜이 들어가 있나 했더니 완전 음료수였다. 쩝.


강변에서 무슨 파티가 열리고 있었는데 음악이 신나서 춤 좀 출까 했더니 우리가 가니까 딱 끝나버렸다. 아쉬워라. 음료수 먹고 흥이 오르려던 참이었는데.

그래도 맨 정신으로 놀기 대장으로서, 강변 옆 계단에 앉아 떠들고 있었더니 어떤 외국 언니들이 말을 걸었다. (다시 생각하니 이상한 말이다. 여기서 외국인은 우리니까) 우리 보고 여행 왔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당신들은 어디 사람이냐 물었더니 런던 사람이란다. 오 모두가 여행객은 아니었고만.
한국에 유명한 노래를 추천해 달라기에 당연히 세븐틴 노래를 알려주고🙊 흥겹게 사진도 같이 찍었다. 이런 경험 너어무 좋다!!

이대로 사진으로만 남기기는 아쉬워 릴스도 찍었다. 계획은 전혀 없는 촬영이라 한 30분은 찍은 것 같다. 한 명이 서있고 달려와서 앉는 릴스인데, 다들 흥분해서인지 양 옆에서 달려오는데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정말 재밌었죠? 런던의 밤은 말 그대로 잠들지 않는구나. 우리는 숙소로 한참을 걸었다. 가다가 엄청 익숙한 세인스버리에 들려 신라면 한 묶음을 샀다. 야식으로 먹어야지.


숙소에 도착하니 이제야 보이는 귀여운 안내문.
“우리는 모두 올빼미가 아닙니다🦉” 런던스러운 문구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잠들지 않은 사람도, 단잠에 빠진 사람도 많을 테니. 사람도 올빼미도 모두 아우르는 문구였다.
방에 돌아와 글로브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온 쌤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쌤들 모두가 너무나 극찬을 해서 일정을 쪼개서라도 가봐야 하나 싶었다. 다들 피곤해해서 야식은 내일로 미루고…(아쉽) 은정언니와 1층 식당으로 내려와 일기도 쓰고 내일 뭐 할지도 정리했다. 언니는 글로브극장에 꼭! 정말 가보고 싶어 했다. 사실 나는 런던에서 이것만은 해야 해 하는 건 없었는데, 언니가 열의를 불태우니 꼭 표를 구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까도 반팔로 나갔다가 언니 겉옷을 또 뺏어 입기도 했고.

표는 내일 구해보기로 하고, 내일 일찍 있을 대영박물관 투어를 위해 더럽고 좁은 샤워실에서 대충 씻고 이층침대에 누웠다. 내 밑에 승리가 자고 있다. 가위바위보를 져서 이층으로 올라왔지만, 사실 나는 이층침대 좋아한다. 낭만 있잖아. 가까운 교회인지 성당인지에서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종소리가 울렸다. 종소리는 쫌 잠들어줬으면… 그래도 오래 뒤척이지 않고 나도 잠이 들었다. 런던에 대한 매력탐구는 내일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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